Page 96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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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되고 또 우리는 우리대로 살아야 되지 남자와 여자가 같이 안 산다고
그래요. 그래서 또 그런 것인가 보다 하고 그때는 애라서 고집을 세울 줄
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했거든요.
▶ 성철스님이 스승인데, 비구니 스승도 그때 정하셨던가요?
청담스님, 성철스님 두 분이 나를 데리고 윤필암에 데려다 주시고는 거
기서 저녁 공양 한 후 다시 큰절로 돌아가셨어요. 그러고 나니까 나는 끈
떨어진 두레박처럼 너무 허전하더라고요. 그동안 그래도 두 분스님이 한
20일간 딱 내 마음의 의지처가 되었거든요. 그런데 나를 윤필암에 데려다
주고 가시니까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그랬는데, 그 이튿날도 안 오시고, 그
다음날도 안 오시고, 한 달이 되어도 안 오시더라구요. 그런데 또 내가 출
가를 하면 날마다 달라지는 줄 알았어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해서 변
화가 날마다 오는 줄 알았지요. 그래서 스님이 되는 줄로 알았는데, 오늘
도 내일도 그날이 그날로 날마다 지나가요. 한 달쯤 되니까 머슴이 와서 나
를 큰절로 오라고 해요.
아무것도 없는 입승 스님을 스승으로 삼다
그래서 가니까 성철스님은 “정했나?” 그러시더라고요. 내가 정하는 게
뭔지를 몰랐거든요. “스님, 정하는 게 무엇입니까?” 그러니까, “상좌가 되
고, 스승을 모시고 하는 그런 걸 정한다.”고 그러대요. 그때 수덕사 견성암
비구니들이 윤필암에 많이 살았어요. 그 분들 중에 어떤 사람은 논이 아홉
마지기도 있고, 어떤 사람은 열 마지기 있고 해요. 그 사람들은 나이가 한
서른하나 서른둘 이런 젊은이들이고 우리 스님은 그때 마흔여섯인가 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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