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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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양이라는 말을 진주에서는 사투리로 ‘피양’이라 하거든요. 그래서 “평
          양이 뭡니까?” 하니까 “평양이란 소리는 개성에 있는 한양이다.” 그래요.
          그런데 우리는 일제 때 우리 역사를 안 배웠으니까 통 모르거든요. 그래서

          성철스님이 한문으로 쓰시더라고요. 평양平壤이라고. 그래서 내가 “아! 헤

          이죠へいじょう.” 이랬어요. 일본 사람들은 평양을 헤이죠라고 읽거든요. 그
          러니까 성철스님이 “왜놈들이 애를 말짱 병신 만들어 놨다.”라고 한탄했어
          요. 스님은 날 보고 “헤이죠는 알고 평양은 모르나?” 그러시더라고요. 그

          때 나는 성철스님께 한글과 한국의 역사를 저 신라 때부터 시작해서 다 배

          웠습니다. 스님이 글씨를 쓴 것이 내게 있어요 지금. 그래서 그걸 스님이
          글을 써 주시면서 배웠지요.



            아는 것을 다 가르쳐 주면 중이 되겠다



           ▶ 진주 집에서 또 다른 기억이 있으신가요?
           내 생각에, 내가 집을 버리고 중이 된 것은 그때 어린 생각에 ‘일본군이

          되지 않으려고 그랬나’ 하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내가 한국 역사를 배우

          고 하니까 조선인들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아, 이
          사람들 말을 들어도 되겠다.” 그런 생각이 나서 성철스님이 나한테 중이
          되라 그러시는데, 내가 “스님 아시는 걸 나를 다~ 가르쳐 주면 중이 되겠

          다.” 그랬지요. 스님은 “그래, 내가 아는 것 니한테 다 가르쳐 줄게.” 하시

          는데 말하자면 “가르쳐 주는 것 다 받아들일 아량이 있나?” 이런 뜻으로 이
          야기 하시더라고요. 나는 “한 번 들으면 기억을 다 하니까 알려만 주시면
          다 배우겠다.”고 그랬습니다. 스님은 “그러면 중이 될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아는 중이 되어야지, 내가 진주 포교당에서 법문하는 거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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