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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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오래국을 바탕으로 일어난 모양이 화과산이다. 오래국이라는 진공의
             바탕에서 묘유妙有의 모양이 일어난 것이다. 꽃과 열매가 있으려면 어딘가
             에 뿌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뿌리를 찾아보면 그것이 따로 있

             지 않다. 이렇게 하여 오래국과 화과산은 하나의 짝이 되어 진공묘유眞空

             妙有, 색공불이色空不二의 형상적 표현이 된다.
               그런데 왜 ‘꽃의 산[花山]’이 아니고 ‘꽃과 열매의 산[花果山]’인가? 그것은
             원인과 결과의 동시성을 드러내기 위한 명칭이다. 연기론에 의하면 법계

             의 모든 존재는 상대를 전제로 성립하는 상의적相依的 관계에 있다. 여기에

             시간을 대입하면 선후관계[因果異時]가 되고 시간을 배제하면 동시관계[因
             果同時]가 된다. 원래 꽃과 열매 사이에는 시간적 선후관계가 성립한다. 그
             렇지만 대승에서는 원인과 결과를 동시관계로 본다. 꽃과 열매가 동시에

             존재하는 연꽃을 불교의 상징으로 삼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이러한 원리로 태어난 돌 원숭이는 우리의 마음을 상징한다. 돌 원숭이
             가 그런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그 자체가 법신으로서 지상과 천상을 꿰뚫
             는 황금빛 눈빛을 갖추고 있다. 본래 부처이고 본래 깨달음인 것이다. 그

             런데 왜 굳이 부처를 구하는 서천 여행이 필요한 것일까?

               『서유기』에서는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면 황금빛이 사라지게 마련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몸을 가진 존재로서 몸을 봉양할 수밖에 없다. 그 사
             이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집착이 일어나 본래 깨달음을 가리게 된다. 그렇

             다고 몸을 버릴 수도 없다. 그 생멸적 현상인 몸을 버리고 불생불멸적 본

             질인 본래 마음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유기』의 여정은 현상
             과 본질의 불이성을 거듭 깨닫는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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