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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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傲’는 ‘없을 무無’자와 발음이 유사하다. 그러므로 오래국은 무래국無來
國, 즉 ‘온 곳이 없는 나라’가 된다. 뿌리가 없는 세상, 실체가 없는 국토라는
뜻이다. 옛 백과사전인 『광아廣雅』의 「석언釋言」 편을 보면 ‘오傲는 오敖와 같
이 쓰며 허망하다는 뜻[妄也]’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오래국은 실체가 없
는 국토, 환영과 같은 나라라는 뜻이 된다. 본질이라 할 것이 따로 없다
는 말이다. 그래서 오래국은 반야의 진공眞空을 표현하는 장치가 된다.
중국 출신으로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졘高行健은 그의 현
대판 『서유기』라 할 『영혼의 산[靈山]』에서 구원을 약속하는 영혼의 산이 ‘오이
진烏伊鎭’에 있다고
표현했다. 나는 그
오이진이 ‘그런[伊]
고장[鎭]은 없다[烏]’
는 뜻으로서 『서유
기』 오래국의 작명
법을 차용한 것이라
고 해석한다.
그런데 손오공은
이 진공의 나라인
오래국의 화과산花
果山, 즉 ‘꽃[花]과 열
매[果]의 산’에서 태
어났다. 오래국은
진공의 상징이라고
사진 4. 반고의 천지개벽. 했다. 그리고 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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