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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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뛰어난 제자들마저 귀머거리 같고
벙어리 같았다고 했을 정도이니 다른 이
들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이에 부처님은
차원을 조절하여 12년간 아함부의 설법
을 한다. 5시 교판론에서 정리하는 설법
초기의 상황이 이러하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난이
도에 대한 천태스님의 판정은 여전히 유
효하다.
사진 3. 천리수학의 창시자 소강절.
『서유기』의 설법자도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법신론에 비해 논리적 이해가 가능한 12연기론을 반고신화와 평행
으로 배치한다. 여기에 우주의 생멸을 밝히는 소강절邵康節의 천리수학이
차용된다. 소강절은 이렇게 말한다.
“우주는 인간 세상과 동일한 일정한 순환 주기를 갖는다. 우주의 1
년을 원元(129,600년)이라고 한다. 하나의 원은 12회會로 나뉘며 이
세상의 12달에 해당한다. 이 12회를 자·축·인·묘의 12지로 표
현할 수 있는데, 마지막 달인 해회亥會는 아무것도 없는 혼돈의 상
태가 된다. 이 혼돈을 바탕으로 첫 번째 달[子會]에 하늘이 열리고,
두 번째 달[丑會]에 땅이 열리며, 세 번째 달[寅會]이 되면 인간과 여
러 생물이 태어난다. 이 세 달이 우주의 봄이다. 그 뒤 사계절의 궤
도를 따라 운행하다가 마지막에 우주 겨울의 끝인 해회亥會에 이르
러 다시 혼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혼돈이 다음의 우주가 시작되
는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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