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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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각한 연기론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중도적 관점을 갖추도
             록 한 것이다. 이렇게 생성하고 이렇게 존재하는 우주에 원숭이 한 마리가
             태어난다. 바로 손오공이다.




               돌 원숭이의 탄생


                  “오래국傲來國이라는 나라에 화과산花果山이라는 산이 있었다. 그곳

                  에 하나의 신비한 돌이 있었는데 하늘과 땅, 해와 달의 기운에 오

                  래 감응한 결과 신령스럽게 통하는 의식이 생겨나 안에서 태아로
                  자라난다. 그러던 어느 날 돌이 깨지며 둥근 돌 알이 태어난다. 돌
                  알은 바람을 맞자 손발과 이목구비를 갖춘 돌 원숭이로 변한다. 돌

                  원숭이는 금방 기고 걷기를 배우고는 사방을 향해 절을 하였다. 그

                  때 두 눈에서 황금빛이 쏟아져 나와 천궁을 비추었다. 천상의 옥황
                  상제가 그 황금빛이 돌 원숭이의 눈빛임을 알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상의 만물은 하늘과 땅의 정화精華로 생겨난 것이므로 그럴 만도

                  하다’는 것이었다.”



               이 돌 원숭이가 바로 손오공이다. 돌 원숭이의 탄생에는 반고신화가 비
             유하는 법신사상과 소강절의 천리수학이 암시하는 12연기의 관점이 함께

             반영되어 있다. 돌이 깨지는 일, 돌 알이 이목구비를 갖춘 원숭이로 변화

             한다는 것은 반고신화의 재현이고 법신사상의 표현이다. 하늘과 땅, 해와
             달의 기운에 오래 감응하여 의식이 생기고 태아로 자라나 돌 알로 탄생한
             다는 것은 12연기의 요약이다.

               이  돌  원숭이는  오래국傲來國,  화과산花果山에서  태어난다.  오래국의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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