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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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동정과 모든 소리와 색깔이 전부 부처의 일이다.
달리 어느 곳에서 부처를 찾는가?
머리 위에 머리를 얹고 부리 위에 부리를 더하지 말라.
다만 다른 견해를 내지 않는다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승려는 승려고 속인은 속인이다.” 1)
일체중생이 모두 지금 있는 그대로 깨달음의 모습이며 따로 얻을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분별하고 차별하는 견해를 일으키지 않으면, 있는 그대
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입니다. 황벽은 자신의 깨달음을 산과 물로 상징하
여 펼쳐 보인 것입니다. 황벽의 이 한마디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었
습니다.
황벽의 설법을 이어받아 300년 동안 운문문언(864~949), 운봉문열
2)
(998~1062), 청원유신(1067~1120) , 불지단유(1085~1150), 야보도천(1127~?)
의 ‘산시산 수시수’ 설법이 이어졌습니다. 황벽의 최초 설법 이후 250년이
흐른 다음 12세기 초에 청원유신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의 전형이
되는 상당 법문을 합니다.
“노승이 30년 전 참선하지 않았을 때, 산을 보니 산이고 물을 보니
물이었다.
나중에 선지식을 만나 자그만 깨달음을 얻은 다음 산을 보니 산이
1) 宛陵錄』 : 云 今正悟時 佛在何處. 師云 語默動靜一切聲色 盡是佛事 何處覓佛. 不可更頭上安頭
『
嘴上加嘴 但莫生異見 山是山 水是水 僧是僧 俗是俗.
2) 청원유신의 생몰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오등회원』 권17에 의하면 그의 스승은 황용조심黃龍祖心
(1025~1100)이라 명기되어 이를 기준으로 미루어 추정할 뿐이었는데. 최근 번역된 『새로 보는 선불
교』 (베르나르 포르, 운주사, 2023)에 생몰 연대가 명기되어 이를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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