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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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하는 것입니다.
둘째 경계는 본격적으로 세상을 탐색하기 위해 실재에 대한 의심이 생
기는 철학자의 경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자아와 이전에 알고 있던 세계는
모두 꿈이며 환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표층에서 심층의 세계로 내려
가면 무無인 세계, 공空의 세계가 나타납니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도 또한
물이 아닙니다.
셋째 경계는 깨달은 존재의 경계입니다. 의심과 비판을 거쳐 다시 삼라
만상이 나타나지만, 주체로서의 나도 없고 객체로서의 사물도 없이 주객
의 대립을 넘어선 순수존재가 나타납니다. 모든 사물은 전체 그 자체의 현
현으로 나타납니다. 표층의 속박을 벗어난 존재는 심층의 자유로움이 있
습니다. 셋째 경계의 ‘산시산 수시수’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심층의 산입
니다,
이 새로운 언어는 빠르게 해외에도 전해져서 13세기에는 진각혜심
(1178~1234), 백운경한(1298~1374) 등에 의해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절집 안의 이야기였습니다. 오늘날 모든 국민이 ‘산은 산
이요, 물은 물이로다’를 알게 된 것은 1981년 1월 20일 조계종 종정에 추대
된 성철(1912~1993)의 법어입니다.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示會大衆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4)
4) 「동아일보」 1981년 1월 21일자 10면 기사 (『고경』 2017년 12월호 : 최원섭, 「종정 추대식,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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