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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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것입니다. 8만4천 석이나 되는 번뇌
             를 다 버리고 나면 참으로 가난하고 가난
             한 사람이 되어서 텅텅 빈 창고만 남게 되

             는 것입니다.

               이 뜻은 실제로 진공眞空을 먼저 깨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주 가난한 진공眞空, 이
             것은 가난한 것도 없는 데서 하는 말입니다.                사진 1. 「증도가」를 지은 영가현각 스님.

             그래서 누구든지 도를 닦음에 있어서는 가

             난부터 먼저 배우라는 것인데 그것은 번뇌
             망상을 먼저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
             생이  망상의  살림살이를  버리면  진여자

             성眞如自性이 진공眞空임을 알게 되는데 그

             것을 아는 사람만이 참으로 가난한 사람입
             니다.
               일체 번뇌망상이 다해서 영원히 가난하

             면 한 물건도 거기 설 수 없어서 ‘몸은 가난

             하나 도는 가난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 2.  성철스님의  『신심명  증도가
             예전 스님들이 가난한 것을 말할 때, “작년                     강설』(장경각, 2001) 표지.

             에는 송곳 세울 땅도 없더니 금년에는 송곳마저도 없다[去年無錐地러니 今年
             錐也無로다].”고 하였습니다.

               작년에는 번뇌망상을 버리고 또 버려서 송곳 세울 땅도 없을 만큼 모든
             망상이 끊어져 가난해졌지만 끊어졌다는 그놈, 송곳이라는 물건은 아직 남
             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송곳마저도 다 버려서 가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상人相과 아상我相이 끊어지고 모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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