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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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요? 통설에 의하면 그
가 이런 것을 생전 처음
보았기 때문이라고 합니
다. 그러나 30세나 되는
젊은이가 늙음, 병듦, 죽
음이라는 삶의 기본적인
사실에 대해 완전 무지했
사진 3. 사문유관四門遊觀 중 아픈 사람을 만나는 싯다르타 태
자.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페샤와르박물관. 사진 유
다고 상상하기는 힘듭니
근자.
다. 생모가 죽었다는 것
도 들어서 알았을 것이고, 아버지가 늙어 가는 것도 보았을 것이고, 자기
를 즐겁게 하던 무희들 중 춤추다 갑자기 쓰러지는 것도 다 보았을 것입
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충격을 받았을까요? 30세라는 나이가 문제라 봅니다.
어렸을 때는 이런 것을 보아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시이불
견視而不見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면서 이런 문제가 남의 이야
기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영어
로 ‘real’ 하지 않다가 ‘real’ 하게 되었으니 ‘realize’ 했다는 뜻입니다.
정신분석자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에 의하면 사람이 대략 30
대 초반이 되면 인생사에서 ‘참 나는 누구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개인화 과
정(individuation process)’을 시작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가
면(persona)을 쓰고 살았다면 지금부터 참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보기 시작
합니다. 그리고 삶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비로소 나 자신의 문
제로 보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모리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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