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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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 벅(Richard Maurice Bucke, 1837~1902)이라는 사람은 사람이 살다가 어
          느 단계에 이르면 사물을 새롭게 보는 특수 의식을 갖게 되는데, 그는 이
          를 ‘우주 의식(cosmic consciousness)’라고 했습니다. 그는 어느 날 밤 마차를

          타고 가다가 스스로 이런 의식을 경험하고 역사적인 인물들과 자기 주위

          사람을 조사한 다음, 개인적으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런 의식이 보통
          30세 전후에서 생긴다고 했습니다.
           30세에 세례를 받으면서 하늘이 열리고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예수님, 30세에 이립而立했다는 공자님, 루터, 웨슬레 모두 30세경에 특별

          한 종교적 체험을 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싯다르타도 30세에 접어들면서
          이렇게 형이상학적 눈뜸을 경험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이른바 ‘특
          수 인식능력의 활성화’가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집을 떠남


           셋째, 싯다르타 왕자가 집을 떠났다는 사실입니다. 종교사적으로 보면

          위대한 정신적 거인들은 모두 일단 집을 떠납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

          웅』의 저자 조셉 캠벨에 의하면 정신적 영웅들의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monomyth라는 하나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대략 네 가지 단
          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1) 일단 집을 떠나고, 2)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다

          가 결국은 문턱을 넘고, 3) 목적한 바를 성취하고, 4) 다시 고향으로 돌아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1)
           집을 떠난다는 것은 지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 이상입니다. 지금껏 당




          1) 조지프 캠벨 지음, 이윤기 옮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민음사, 10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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