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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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아흔아홉 마리 양을 놓아두고 그 한 마리
3)
를 찾아 나서서 마침내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양에게 말합니다. “나는 아흔아홉 마리 양
보다 너를 더 귀히 여긴다.” 『성경』 4복음서에
보면 이 길 잃은 양은 불쌍한 양, 죄 많은 양으
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도마복음』에서
는 이 양이 다른 아흔아홉 마리 양과 함께 인
습적이고 통속적인 삶에 만족한 채 어영부영
사진 5. 십우도의 마지막 장면 입
전수수入廛垂手. 송광사 승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찾
보전 벽화.
아 무리를 떠난 용기 있는 양으로 묘사되어 있
다는 것입니다. 마치 『갈매기의 꿈』에서 갈매기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무리를 떠난 조나단 리빙스턴과 같습니다.
나가면서
부처님의 출가 이야기는 부처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
습니다. 우리가 그의 출가 과정에서 배울 점은 어느 한 가지 주어진 환경
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보고 경
험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새로운 눈뜸이나 깨침은 불가능합니
다. 집을 나선다는 것은 지금껏 떠받들고 있던 고정관념, 선입견, 단견, 신
앙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눈을 돌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
이 오늘 우리에게도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3) 『도마복음』의 해설로는 오강남, 『살아 계신 예수의 비밀을 말씀』 (김영사, 202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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