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24년 2월호 Vol.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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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릭 신자들의 자살률이 유대교 신자들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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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신자들의 자살률이 가장 낮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창
조주 신에 대한 절대적 충성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불교 윤리에서는 자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선 현대사회
에서 발생하는 생명윤리의 문제들은 오계의 으뜸인 ‘불살생계’의 취지에
비추어 포괄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알다시피 근본불교와 대
승불교가 처음부터 공유해 온 한 가지 대원칙은 바로 비폭력의 원리, 즉 살
아 있는 생명체를 죽이거나 상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도덕 명제이다. 자
살의 경우도 당연히 이러한 기준의 적용을 받아야 마땅하다. 누군가 세상
의 본질적인 모습(고성제와 집성제)을 자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열반의
삶(멸성제와 팔정도)을 추구하는 대신, 고의로 자기 목숨을 빼앗음으로써 일
상의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낮은 단
계의 비참한 삶을 업보로 받게 되는 것 외에 다른 어떠한 보상도 기대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범망경』과 『사분율』 등에는 “스스로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방편으로 죽이거나, 찬탄하여 죽게 하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하거나, 주문으로 죽이는, 그 모든 짓을 하지 말지니 (중략) 산 생
명을 죽이는 것은 바라이죄”라는 언급이 나온다. 그리고 “비구가 스스로
땅을 파거나 타인을 시켜서 파게 하면 바일제”라고도 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되는 우선적인 도덕 감정은 무
엇보다도 갖가지 종류의 크고 작은 생명체들을 가능하면 죽이지 말라는 것
이다. 땅을 함부로 파지 말라거나 물속의 미생물까지 죽이지 말라는 것은 장
1) D. Lizardi, R. E. Gearing. “Religion and Suicide: Buddhism, Native American and African
Religions, Atheism, and Agnosticism”, Journal of Religion and Health(2010), pp.377-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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