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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所라고도 하는데, 정낭은 또 ‘대장을 깨끗
이 한다’고 해서 정낭이라 했습니다. 나중
에 점촌의 어떤 신도가 마분지 종이로 하
면 어떻겠느냐 해서 많이 사다 줬는데 그
것을 썰어서 통에 넣고 쓰기도 했습니다.
당시 봉암사에서 화장실 대변은 요목이라
는 도토리 나무 이파리를 사용했고 나중
에는 마분지를 사용했지요.
간시궐乾屎橛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온
말인데, 중국 화장실에 가보니까 요만한
사진 7. 묘엄스님(2002). 통에다가 대나무 같은 걸 손가락 넓이로
깎아서 꼽아 놨더라고요. 그걸 하나씩 내
서 뒤를 훑어서 닦고 나서 버리는 것이에요. 그래서 ‘마른 똥막대기’라는
말이지요. 그것을 버리면 다시 쓸 수 없어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것을 간
시궐이라고 그런답니다. 중국에서는 휴지를 간시궐이라 했고, 우리나라에
서는 요목이라 하고요.
요목은 봉암사뿐만 아니라 산중 절에서 대부분 썼을 겁니다. 옛날 김룡
사에 불나기 전 그 간시궐 통이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사용은 못 했던 모
양입니다. 간시궐은 선문답하면서 “부처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
으니까 운문스님이 “닦고 내버리는 똥막대기다!”라고 대답했지요. 그것은
선사들이 말씀하시는 격외格外거든요. 진리를 체계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이 아니고 범위 밖의 도리를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는 그 막대기통을 보기는 했습니다. 지금 이런 시대가 올 줄 알았더라면 사
진이라도 하나 찍어놓고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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