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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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롭게 휴지로 뒤를 닦고 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 꽃밭에 물주는
             조로朝露 있잖아요, 그 조로처럼

             만들었는데, 그 이름이 생각이 안
                                              사진 6. 도토리나무 이파리.
             나네요. 조그만 물통이고, 거기에
             꼭지를 달아서 들고 뒤를 씻어주는데, 구멍이 송송 뚫려 있고 뾰쪽 나온 데
             는 구멍이 있는데 거기를 누르면 물이 안 나오고, 놓으면 물이 솟아 나옵

             니다. 이것으로 화장실에서 뒷물을 합니다. 이걸 양철로 만들어서 전부 이

             름을 써 놓고 화장실 입구에 걸어 놓습니다.
               거기 떠 놓은 물로 화장실 들어가서 씻고 달아 놓은 수건에 닦고 나왔어
             요. 그렇게 하는 장치는 중국식을 딴 거지요. 뒤를 닦는 것을 요목이라 합

             니다. 산에 도토리 나무 있지요? 그 큰 이파리 있잖아요. 그걸 화장실 한

             쪽에다 이만큼 재 놓습니다. 그게 바짝 마르면 바스라져서 구멍 뚫리니까
             뒤를 닦을 때 가끔 물을 뿌려야 돼요. 그러면 이파리가 촉촉해지지요. 그
             것을 요목이라고 그랬어요. 글자는 뭔지 모르고요. 중국에 가보니까 요목

             이라는 것이 이거다 해서 보니까 나무를 납작하게 깎아서 뒤를 이렇게 닦

             아요. 작은 막대기지요. 그리고 물로 씻어서 도로 꼽아 놓고요. 자기 것을
             꼽아 놓는 데가 있는데, 그것을 요목이라 하더라고요.



               ▶요목은 똥막대기를 뜻하는 간시궐과 어떻게 다를까요?

               옛날에는 화장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산에서 도토리나무 가
             지를 꺾고 또 잎사귀를 뜯어 말려 놓고 쓰지요. 화장실을 정낭淨囊이라고
             그럽니다. ‘주머니를 깨끗이 한다’고 해서 조촐할 정淨 자, 주머니 낭囊 자

             입니다. 그런 의미로 절에서는 변소를 정낭이라고 했습니다. 해우소解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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