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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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안광석 글씨, 효서여연.



             지고 다솔사多率寺를 출입하며 효당曉堂 최범술崔凡述(1904~1979) 선생에게

             서 다도茶道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효당 선생이 다호를 ‘효서曉誓’,
             법명을 ‘여연’이라 지으시고 옆에 동석한 청사晴斯 안광석安光碩(1917~2004)
             선생이 뛰어난 서법으로 이를 써주신 일이 있었다고 한 사연을 여연화상

             으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대연거사大然居士로도 호를 쓰시던 청사선생이 나에게도 호를
             이사異斯, 당호를 거연居然이라고 지어 주셨으니 그야말로 늦게 그 인연을

             확인하게 된 셈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여연스님과 나는 사형사제舍兄舍
             弟를 하기로 하였다. 불법의 인연인지 다도의 인연인지 알 수 없다. 그리

             하여 어느 날 나는 ‘대연의 여연이고 여연의 거연이라’, 이 어찌된 법연인
             가 하며 ‘大然之如然, 如然之居然’이라는 글을 대련對聯으로 써서 여연화
             상께 드렸다. 크게 그러함은 항상 그러함이고, 항상 그러함은 그냥 그대로

             그러함에 있는 것이리라.

               여연화상은 올해 그간의 논의들을 모두 검토하고 새로 번역한 초의草衣
             (1786~1866) 선사의 『동다송東茶頌』을 간행하였다. 작비재昨非齋라는 당호堂
             號의 작은 거처를 마련하고 여전히 차밭을 가꾸고 차를 만들며 차 모임을

             계속하고 계신다. 도연명이 속세의 관직을 그만두고 가족이 기다리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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