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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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고행하는 태자(오른쪽), 고행의 멈춤과 목욕(가운데), 수자타의 공양(왼쪽). 간다라(2~3세기),
베를린아시아박물관. 사진 유근자.
이제 더는 육체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릴 때
건강한 몸으로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다가 황홀경을 경험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극도의 고행으로서는 뜻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른바 ‘중도中道’를 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때 마침 그 부근 마을에 아기를 낳지 못해 애를 쓰다가 나무 신에게 빌
면서 아기를 낳게 되면 그 나무 신에게 매년 제사를 지내겠다고 서원한 수
자타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이 아기를 낳자 서원한 대로 나무 신
에게 제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준비차 미리 가본 여종이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싯다르타를 나무 신이라고 믿었습니다. 수자타는 금 대접에 쌀과 우
유로 만든 죽을 준비해 대접했습니다. 싯다르타는 49일 만에 첫 음식으로
우유죽을 받아먹고 기운을 차렸습니다.
함께 고행하던 다섯 친구는 싯다르타가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그가 고
행을 포기하고 사치스런 생활로 돌아간 것이라 여겨 싯다르타의 곁을 떠
나가고, 싯다르타는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숲속 깊이 있는
‘보리수’ 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는 동쪽을 향해 앉아 성불하기
전에는 결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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