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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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시험


                                              이때 죽음의 신 마라가 접근해

                                            서 싯다르타를 유혹해 그의 마지

                                            막 구도의 길을 포기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본이 있
                                            지만 보통 세 가지로 유혹했다고

                                            합니다. 첫째, 마라는 무시무시

                                            한 마군을 이끌고 와서 이런 고행
          사진 3.  항마성도, 간다라(2~3세기), 독일 국립베를린  을 포기하고 궁궐으로 돌아가 선
              아시아박물관. 사진 유근자.
                                            업을 쌓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
          다. 싯다르타는 지금까지 쌓아온 선행과 선업의 힘으로 자기 주위에 보호

          막을 쳐서 마군이 싯다르타의 머리카락 하나도 흩트리지 못하게 했다고 합
          니다.
           둘째는 싯다르타의 공덕을 부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앉아 있어도

          성불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니 차라리 포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마라의

          군대가 마라의 증인이었지만 싯다르타에게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싯다르
          타는 “오, 마라여, 만물의 공평한 어머니이신 이 대지가 나의 증인이로다.”
          하며 오른손 손가락 끝을 땅에 댔습니다. 그러자 괴성과 지진이 나고 땅이

          갈라지며 대지의 어머니가 증인이 되었습니다. 마라와 마군은 혼비백산 도

          망쳤습니다. 불상 중 오른손 손끝을 땅에 대고 있는 ‘항마촉지인상降魔觸地
          印像은 이때의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셋째는 마라 자신이 불만, 쾌락, 욕망이라는 이름의 세 딸을 데리고 와서

          싯다르타를 유혹해 구도의 길에서 넘어뜨리려 했지만 역시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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