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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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즐거움’이라 지칭하는 현상을 ‘조건에 따라’ 달리 판단·평가한다는 것
          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즐거움’이라는 경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발생시킨 조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실로 위대한 사고의 전환

          을 의미한다.

           모든 현상은 ‘조건에 따라’ 발생한다는 것, 발생시키는 ‘조건’이 무엇이냐
          에 따라 현상의 내용이 결정된다는 것, 같은 용어로 지칭되어도 ‘그 현상을
          발생시킨 조건에 따라’ 내용이 다르다는 것, 따라서 어떤 현상을 이해하거

          나 문제 삼을 때는 “지칭하는 용어보다도 발생 조건을 주목해야 한다.”라

          는 것에 눈뜨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복至福의 길을 보여주는 대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세간 일상의 고품질
          행복을 성취하는 것에서부터 진리 지평의 궁극적 행복까지 모두 이 길에

          닿아있다. 개인 치유와 사회 치유의 다층 다양한 성취가 이 길에서 이루어

          진다. ‘언어 인간’이 된 이후 아직까지도 맹위를 떨치는 ‘언어 환각’에서 깨
          어날 수 있는 명약도 이 길에서 얻을 수 있다. 집단과 국가, 문명의 요구에
          따르다가 병들어 버린 실존의 깊은 병을 근치할 수 있는 영약靈藥도 이 길

          에서 제조할 수 있다.

           이후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성취해 가는 과정은, 초기 형태의 이
          이지적 연기緣起 개안을 더욱 완전하게 하고 체득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었
          다. 그리고 붓다로서 펼친 모든 법설은, 완전해진 연기 깨달음의 다채로운

          변주였다. 인류가 누려야 할 모든 지복이, 이 사고의 전환에서 비롯되었다

          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의 마지막 진화의 길이 열리기 시작하는 영성
          적 돌연변이 현상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니체가 꿈꾸었던 ‘마지막
          인간’은 그의 상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이미 그렇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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