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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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법론을 수용하여 철저
                                            히 실험해 보았다. 그들의 노력과
                                            성취의 정점까지 가보았다. 그러

                                            나 목표 달성에는 실패였다. 무엇

                                            을 놓쳤던 것일까?”
                                              그때 섬광처럼 올라오는 기억
                                            이 있었다. 어릴 적 부친을 따라

                                            그해 농사를 여는 농경제에 참석

                                            했다가 홀로 나무 밑에 앉아 마치
                                            선정과도 같은 마음상태를 경험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억한 그

                                            경험은 분명 감관이 작동하는 살

                                            아있는 몸에서 발생한 어떤 ‘즐거
                                            움’이었다. 그러나 보고 싶은 것
          사진 2.  태자가 어린 시절 농경제 때 경험한 염부
              수閻浮樹(jambu) 아래에서 체험한 정관. 사진   보거나 먹고 싶은 것 먹었을 때
              유근자.
                                            경험하는 ‘감관욕구 충족의 즐거

          움’은 아니었다. 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하거나 불안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고, 타인의 손해나 희생을 요구하는 즐거움도 아니었다. 감관적 쾌
          락을 추구해서 생겨난 즐거움도 아니었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로움을 끼

          치는 즐거움도 아니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기존의 사고방식을 전복시키는 반전이 일어났
          다. 그때까지는 ‘모든 즐거움’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았었다. 감관적 욕망에
          대한 노예적 반응에서 풀려나려면 당연히 감관과 연관된 ‘모든 즐거움’을

          부정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모든 즐거움’을 거부한다고 해서 감관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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