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4년 3월호 Vol.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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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발상의 전제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감
관에 기초한 ‘모든 즐거움’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과, 감관적 욕망에 대한
노예적 종속에서 풀려나는 것이,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모든 즐거움’을 장애와 오염으로 간주하여 ‘무조건’ 거부하려는 발상 자체
가 잘못일 수 있다.
악기베싸나여, 그러한 나에게 이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
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나 악하고 불건전한 상태와는 관계
없는 즐거움에 대하여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악기베싸
나여, 나는 이와 같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
망이나 악하고 불건전한 상태와는 관계가 없는 즐거움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고타마 싯다르타가 붓다로 바뀔 수 있었던 결
정적 실마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런가? 이 발상의 전환이 어떻게 깨
달음과 연관되는가? 이것은 모든 현상을 ‘조건적 발생’으로 보는 사유 방
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기緣起 깨달음의 초기 형태, 이지
적理智的 연기 깨달음이 이렇게 밝아졌다.
지복至福의 문이 열리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즐거움’이라는 경험현상을 ‘조건적’으로 보기 시작했
다. ‘감관적 쾌락에 대한 욕망이나 해로움과 연관되는 즐거움’과 ‘감관적 쾌
락에 대한 욕망이나 해로움과 무관한 즐거움’을 구분해서 생각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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