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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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주적 4대부주를 지구의
동서남북으로 환치했으므로 원숭이
왕은 동쪽(동승신주)에서 뗏목을 타고
남쪽(남섬부주)에 갔다가, 다시 뗏목을
타고 서쪽(서우하주)으로 가는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원숭이왕은 바
로 이 서우하주에서 스승을 만난다.
원래 『서유기』의 세계관에서 동쪽은
출발지, 남쪽은 중간 사잇길, 서쪽은
목적지로 가는 바른 길이다. 그러므
로 서쪽에서 스승을 만나는 것은 당
사진 2. 남섬부주의 인간들과 원숭이왕.
연한 일이다.
남섬부주에서 서우하주로
원숭이왕은 남섬부주에 도착하여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의 예절을 배우
고 사람의 말을 배운다. 그렇지만 결국 그가 목도한 것은 명예와 이익만을
좇는 무리들뿐이었다. 생멸의 파도에 휩싸여 살아가는 그 현장에서 장생
불사의 길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원숭이왕의 남섬부주행은 헛고
생이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부귀공명을 추구하는 삶의 허무를 절감하고
그것을 멀리 떠나는 실행력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영혼 성숙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남섬부주를 떠나 서쪽을 향해 나아간 끝에 서우하주에 도
착한다. 원숭이왕은 한 산중에서 나무꾼을 만나 수보리조사라는 스승의 소
문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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