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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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월삼성동을 빈 동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보리조사는 해
공제일 수보리다. 그런데 그는 공의 동굴 깊은 곳에 세워진 보배 누각에 산
다. 보배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여자성을 상징한다. 진여자성을 깨
달은 존재를 선종에서는 조사라고 부른다. 그래서 수보리 ‘조사’다.
그렇다면 이 조사는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바로 5조 홍인스님이다. 그
가 홍인스님인 이유가 있다. 우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손오공에게 길
을 가리켜 준 나무꾼에게는 혜능스님의 영상이 투영되어 있다. 그런 점에
서 나무꾼이 흠모하는 수보리조사는 혜능스님이 귀의한 홍인스님과 겹친
다. 당시 홍인스님은 어려운 『능가경』 대신 쉽고 대중적인 『금강경』에 의거
하여 선종의 체질을 바꾸는 중에 있었다. 그로 인해 『금강경』이 불교 안팎
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금강경』은 구마라집과 현장삼장에 의해 번역되었지만 그것이 일반 대
중들에게까지 친근하게 알려진 것은 홍인스님의 동산법문으로 인해서였
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홍인스님은 『금강경』, 혹은 그 청
법의 주인공인 수보리와 관계가 밀접하다. 중국의 수보리라고 부를 수 있
는 것이다. 또 손오공과 수보리조사가 처음 만나 불성에 대한 문답을 하는
장면, 수보리조사가 손오공을 야반삼경에 불러 심법을 전하는 장면 역시
홍인스님과 혜능스님 간의 만남을 재연하고 있다. 그것을 확인하려면 다
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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