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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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없습니다.” “부모가 없으면 나무에서 나기라도 했다는 말이냐?” “나무
가 아니라 돌에서 났습니다. 화과산에 신기한 돌이 하나 있었는데 그 돌이
깨지면서 제가 태어난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조사가 기뻐하며 말하였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이 만든
것이로구나.” 이에 수보리조사는 원숭이왕에게 손오공이라는 이름을 내린
다. 성으로 받은 손자 손孫자는 원숭이 손猻 자에서 동물을 뜻하는 부수를
빼고 갓난아기처럼 살아가라는 뜻을 담고 있었고, 이름인 오공悟空은 “넓
고 큰 지혜로 실체 없는[空] 진여의 성품을 깨달으라[悟]”는 뜻이었다. 이후
원숭이왕은 손오공으로 불리게 된다.
영대방촌산, 사월삼성동
영대방촌산靈臺方寸山의 영대靈臺나 방촌方寸은 모두 마음의 별칭이다.
영대는 영혼이 깃들인 곳이라는 뜻이다. 중국어에서 영대는 마음이 깃든
심장이 위치한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컨대 한의학에서는 등뼈의 6번째
마디 아래 오목한 곳을 영대혈이라고 부르는데, 그곳이 심장과 연결된 지
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방촌은 마음이 깃들인 곳이 사방 1촌寸으로 면적이
작은 지점이라는 뜻이다. 이 영대방촌산을 줄이면 영산이 된다. 영산은 부
처가 상주하는 산이다. 부처는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산이 서
천의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으로 이 여행에 임한다면 영원히 도달할 수 없
게 되어 있다.
한편 사월삼성동斜月三星洞은 초승달[斜月]과 세 개의 별[三星]이 있는 동
굴이라는 뜻이다. 초승달을 그려놓고 그 위에 별 세 개를 얹으면 마음 심心
자가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글자를 표현하는 것을 파자破字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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