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P. 112
여기에서 우리는 이 나무꾼에 주목해야 한다. 나무꾼은 수보리조사의
도를 흠모하면서도 홀어머니를 모시느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무꾼은 몇
가지 점에서 남섬부주의 현실적 삶과 서우하주의 초월적 삶을 연결하는 교
량적 존재이다. 우선 그가 남섬부주적 삶의 약점인 욕망을 버린 존재라는
점이 중요하다.
나무꾼인 그가 땔나무로 파는 상품은 마른 등나무다. 왜 화력이 좋은 참
나무나 소나무가 아니라 마른 등나무인가? 그게 팔리기나 할까? 등나무는
복잡하게 얽히며 넝쿨을 뻗어가는 특성 때문에 칡과 함께 갈등葛藤의 원관
념에 해당한다. 그런 등나무가 말라버렸다는 것이니까 자신의 명예와 이
익을 추구하는 마음, 그로 인한 갈등이 해소되었다는 말이 된다. 요컨대 나
무꾼은 욕심을 버린 삶을 자본으로 삼고 있는 참신한 장사꾼인 것이다.
다음으로 이 나무꾼은 효심이 깊은 효자다. 유가사상의 핵심인 효는 자
신을 존재하도록 한 뿌리인 부모에
대한 은혜 갚음을 내용으로 한다. 부
모를 받드는 실천이 간절해지면 저절
로 자아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다. 그
것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끊는 불교
의 길과 대단히 근접해 있다. 비록 위
경僞經이기는 하지만 『부모은중경』이
편찬되어 사회적 실천과 불교적 수행
을 함께 이끄는 역할을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원숭이왕도 그에게
동반 출가를 권하다가 사정을 듣고는
사진 3. 나무꾼과 원숭이왕.
“원래 효도를 실천하는 군자이셨군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