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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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있게 걸어 다닙니다. 참새는 두 다리를 모으고 깡충깡충 뛰어다닙니다.
          까마귀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합니다.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 수십 마리가 덤불 속으로 몰려다닙니다. 사람이

          나타나면 재빨리 달아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보기는 어려운 새입니다. 모

          처럼 가까이에서 보니 뱁새도 참 아름다운 새로군요.
           새들은 계속 노래 부릅니다. 나무들은 계속 꽃을 피웁니다. 바람은 계속
          불고 강물은 계속 흐릅니다. 전 세계가 현란하고 다채롭게 찬미합니다. 다

          만 인간들만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새들의 노래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뺨으로 바람을 느낄 여유
          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참새 소리



           약 1,200년 전의 일입니다. 황폐한 마을과 부서진 절에서 끼니조차 제
          대로 잇지 못하면서도 참새 소리에 귀를 기울인 승려가 있습니다. 흔히 ‘조

          주’라고 불리는 조주종심(778~897)은 80세가 되어서 겨우 조그만 절의 주

          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40년 후 죽을 때 나이가 무려 120세였습니다. 그
          가 60대이던 시절에 당나라 무종이 단행한 회창의 폐불(845~847)은 중국
          전역에서 불교를 철저하게 파괴하였습니다.

           파괴된 유명 사원은 4,600여 개소, 무명 사원은 4만여 개, 환속한 승려

          와 비구니는 26만 5백 명, 몰수된 전답은 수천만 경頃, 사원 소속의 노비
          15만 명이 평민으로 돌아갔습니다.          2)




          2) 『舊唐書』, 「武宗本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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