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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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
깨어나는 것입니다.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 가벼운 말투로 툭
하고 던지는 잇사의 시에는 모든 것을 가벼운 웃음으로 날려 버리면서 자
기를 해방하는 경쾌함이 있습니다.
더 많은 새가 더 많은 장소에서 쉴 새 없이 지저귑니다. 그렇게 끊임없
이 울어도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나 역시 오랜 세
월 나와는 아무 상관 없이 수많은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는
그 새들을 알지 못했고, 새들 또한 나를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은 아무리 늙어도 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봄이 와도 새싹 하나 밀
어내지 못하고 꽃잎 한 장 피우지 못하겠지만, 늙은 이 몸에도 꽃 피울 마
음만은 아직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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