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4년 4월호 Vol.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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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바다만 보일 뿐 생명체는 식별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64층의 경치만
             하더라도 인간의 눈에는 아찔합니다. 음, 이렇게 내려다보고 있으니 저 아
             래 인간 세상이 하잘것없어 보입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합니다.




                몽고비란


               대략 천년이나 전쯤, 일흔에 가까운 노부인이 쓴 「몽고비란夢跨飛鸞」이라

             는 시가 생각납니다.



                  꿈속에 난새를 타고 하늘 높이 올랐다가
                  이 몸도 세상도 초라한 움막이란 걸 처음 알았네

                  한바탕 꿈에서 깨어나 돌아오니

                  산새 울음소리 봄비 끝에 들리네         1)


               이 시는 『서장書狀』(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1999)이란 책에 미주尾注로 실려

             있습니다. 『서장』에는 대혜종고(1089〜1163)가 42명의 사대부에게 보낸 62

             편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여성에게 보낸 편지는 딱 한 편뿐입니다. 그
             여성이 바로 이 시를 지은 진국태 부인입니다. 대혜종고는 상좌인 도겸이
             전해 준 진국태 부인의 게송을 읽고, 며칠 동안 먹고 자는 것을 잊을 정도

             로 기뻤다고 편지에서 말합니다. 무엇이 대혜종고를 그렇게 감동하게 한

             것일까요?
               깨달음은 순수 경험을 말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1)  대혜스님, 『禪 스승의 편지』(法供養, 2002), 미주 71, “夢跨飛鸞上碧虛 始知身世一遽廬 歸來錯認邯鄲道 山
               鳥一聲春雨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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