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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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大夫人 金氏가 충혜왕忠惠王(1315〜1344)의 영가천도를 기원하는 동시에 충
             목왕忠穆王(1337〜1348)과 그 모후이자 원 황실 출신의 덕녕공주德寧公主(1322
             〜1375)를 축원하고자 조성한 은자 『화엄경』 1부와 금자 『법화경』 1부 중 하

             나이다.

               국대부인은 고려시대에 나라에서 왕실 밖 여성에게 내렸던 가장 높은 칭
             호이다. 국대부인의 칭호 앞에는 진한과 같은 역대 국명을 붙였다. 이처럼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이 발원문에서 이전 겁의 불행으로 인해

             여자의 몸을 받았다고 탄식한다. 이 같은 인식은 『법화경』 제12품 「제바달

             다품提婆達多品」에 거론된 여성의 몸에는 다섯 가지 장애가 있어서 부처가
             될 수 없다고 본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과 관련이 깊다.
               여덟 살 용녀龍女가 남성으로 몸을 바

             꾸어 단박에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는 여

             인오장설의 반증으로 인식되어 중시되
             었다. 고려 후기 최고위층 재가 여성 신
             도가 발원한 사경이며, 뛰어난 장인이

             투입되어 제작된 고려 사경의 수작이다.

               백의로  온몸을  감싼  백의관음白衣觀
             音상은 우아하고 섬세하다. 백자로 빚은
             관음보살상은 명·청대에 복건 지역에

             위치한 덕화요德化窯에서 주로 제작하였

             다. 생산된 백자는 서구에서 ‘중국의 백
             색(Blanc de Chine)’이라 불릴 만큼 중국
             백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상아를 연상시

             키는 따뜻한 백색은 명대 후기 덕화요                  사진 4. 백자 백의관음보살입상,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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