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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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의 특징 중 하나이다. 부드
럽고 고결한 백자 빛깔은 백의관
음을 표현함에 가장 적격이었
다. 보살의 우아함과 자상한 자
태미가 극대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불사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사진 5. 은제 아미타여래삼존좌상, 고려.
시점은 고려 후기이다. 당시는
원元(1271〜1368)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원 황실과 귀족들의 불사가 활발하
게 이루어진 시기이다. 원으로 건너가 황후가 된 고려의 기황후寄皇后(1315
〜1369)는 불사에 적극적이었는데, 1343년에서 1345년에 걸쳐 이루어진 장
안사長安寺 중창 불사와 동불 제작이 알려져 있다.
고려 후기에는 아미타여래를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하는 삼존상
이 조각과 회화로 다수 만들어졌다. 현세와 내세를 막론하고 불보살의 위
력에 힘입어 고난을 피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고려 때 제작된 은제 아미타여래삼존좌상에서는 특별히 부처님의 온화
하고 순수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이 삼존불상 중 아미타여래상과 관음보
살상의 복장腹藏에서는 발원문이 하나씩 발견됐다. 그중 관음보살상 발원
문을 통해 1383년에 무려 500명이 훨씬 넘는 시주자들이 모여 이 삼존불
상을 발원했음을 알 수 있다. 시주자들의 절반은 승려이고, 나머지 절반은
재가 신도로 보인다. 여기에는 비구니와 하층민 여성의 이름도 다수 포함
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정토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마음
에서 불사에 참여했을 것이다. 전심으로 불사한 불자들에게 아미타여래삼
존불의 편안한 미소는 위로와 안정을 선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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