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P. 106
을 쓰지 않고 일부러 머리카락을 사용하
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머리카락은 고대
부터 한 사람의 영혼이 담긴 분신으로
여겨졌다. 사후에 수습한 고인의 모발
을 이용해 가까운 이들이 발원하는 경우
가 많았고, 왕생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자신의 모발을 이용해 수불을 제작하기
도 했다. 신체의 일부가 작품 속에서 부
처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오래도록 모
실 수 있으니 참으로 값진 불사가 아니
사진 8. 영산회도, 조선. 겠는가.
자색 비단 위에 금선으로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여래와 권속들을 그
린 불화는 영산회도靈山會圖이다. 중앙
에는 여래가 높은 연화대좌 위에 결가부
좌 했고, 그 좌우에는 여의를 든 문수보
살과 책이 올려진 연꽃 줄기를 든 보현
보살이 등장한다. 그 위쪽으로 팔대보
사진 9.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
살, 십대제자, 팔부중이 있고, 아래쪽으
로 사천왕을 배치한 구도이다. 하단 중
앙에 금으로 쓴 발문[金跋]이 있다. 조선의 11대 왕 중종의 왕비 문정왕후文
定王后(1501〜1565)가 임금과 본인의 무병장수를 빌고, 왕실의 후사가 이어
지길 바라며 조성했다.
문정왕후는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오른 아들을 대신해 1553년까지 수렴청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