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P. 176
교토 대덕사에 차문화를 전수하다
난포는 경산의 만수사에서 선학을 배우는 동시에 제다製茶 기술과 다연
의례茶宴儀禮를 배웠다. 스승으로부터는 다대자茶臺子를 비롯한 여러 다구
들을 받았다. 또한 제다법, 음다법을 배우고, 『다도청규』와 같은 다양한 차
문헌, 여러 종류의 차를 가지고 귀국했다. 이로써 일본의 다도세계를 새롭
게 정립했다. 경산 다대자는 다연의 핵심 도구다. 그 위에는 차를 우릴 때
쓰는 자사호紫沙壺, 자기로 만든 잔, 주석제 다관茶罐 등을 놓는다. 다연의
필수물들이다. 매우 편리한 도구인 셈이다. 이를 천룡사의 개산조 무소 소
세키(夢窓疎石)가 소유하여 다연을 베풀기도 했다.
그가 가져온 중국의 차 문화는 교토 대덕사에 전수되었다. 훗날 대덕사
가 선과 차의 역사로 유명하게 된 것은 난포의 덕이다. 지금도 사원 안에
는 그 당시의 다실인 밀암석密庵席을 비롯한 다양한 다도문화와 관련된 시
설들이 남아 있다. 대덕사에는 1265년에 스승 허당의 초상화를 제작하여
그에게 찬문을 부탁하여 직접 쓴 묵적이 있다. 중국에서 가져온 유학승들
의 묵적은 일본의 다실을 장식하는 다괘가 되었다.
대덕사가 본격적인 중국풍의 차문화를 갖게 된 것 또한 난포의 공덕이
다. 대덕사는 훗날 사회를 풍자하며 해학이 담긴 광가狂歌와 서화는 물론
파계행으로 한때를 풍미했던 파천황의 선승 잇큐 소준(一休宗純)의 무대이
기도 하다. 그가 남긴 『광운집狂雲集』에는 난포에 대해 언급한 시가 있다.
“활안대개活眼大開의 진면목, 천년 뒤에도 정혼精魂을 놀리도다. 허당화상
의 법손은 난포이며, 동해의 잇큐는 그의 6대손이다.”라고 한다. 잇큐의 자
유자재한 선풍의 기원이 살활자재한 난포의 임제선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
는 것이다.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