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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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성법문인 무념정종無念正宗은 전불후조前佛後祖가 등등상속燈燈相續 14)
하는 무상無上의 혜명이다.
“무無라 함은 하사何事가 없음이며, 염念이라 함은 하물何物을
15)
염念하는고. 무라 함은 상대相對의 이상二相이 없으며 진로塵勞 16)
의 망심이 없는 것이요, 염이라 함은 진여의 본성을 염念함이니, 진
여는 즉시 염念의 본체요 염念은 즉시 진여의 대용大用이니라.”
- 『단경』
망심이 멸진하면 진여본성이 현전現前하나니 진여정념眞如正念이 무념이
다. 무념이라고 하면 흔히 텅 비어 아무 생각도 없는 허무를 연상하는데 그
17)
런 편공偏空·악취공惡取空 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 무無라 함은 일체 망념
이 완전히 떨어진 것을 말하고, 염念이라 함은 진연자성의 본체가 나타남
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무는 구름이 걷힌 것을 말하고 염은 해가 환히 비
치는 것을 말한다. 구름이 걷히듯 일체망념이 완전히 제거되면 태양이 밝
게 비치듯 자기의 본래 성품인 진여가 저절로 환히 드러난다. 따라서 진여
의 정념正念은 무념이지 목석과 같은 것이 아님을 알라.
14) 마음에서 마음으로 선지禪旨를 전하는 일을 세상을 밝히는 등불을 꺼트리지 않고 대를 이어 전해주는
일에 비유한 표현.
15) “‘무념無念’에서 ‘없음[無]’은 무엇이 없음이며 ‘생각[念]’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가?”
16) 번뇌의 다른 이름으로서 객관세계인 6진의 경계를 따라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서 피곤하게 되므로 번
뇌를 진로라 한다.
17) ‘편공’은 공하다는 한편에 치우친 것을 말하고, ‘악취공’은 모든 것이 실재實在한다는 사상을 고집하는
이에게 그 잘못된 소견을 없애기 위하여 공空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공이
라는 뜻으로 잘못 해석하여 불교의 본뜻에 맞지 않은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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