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P. 23

‘돈제망념頓除妄念하고 오무소득悟無所得’의 돈오는, 망멸증진妄滅證眞한
             구경무심이니 불지무념佛地無念의 견성이다. 마조스님의 법을 이은 대주혜
             해大珠慧海 선사의 말씀이다. 일체망념이 단박에 자취도 없이 다 떨어지는

             것이 돈이고, 일체망념이 떨어졌다는 생각 그 자취마저 없어진 것이 오다.

             그것이 구경무심이고 성불이다.


                  “이 돈오문은 무엇으로 종宗을 삼고 무엇으로 지旨를 삼으며 무엇

                  으로  체體를  삼고  무엇으로  용用을  삼는고.  대답하되  무념으로

                  종宗을 삼고, 망념이 일어나지 않음으로 지旨를 삼으며, 청정으로
                  체體를 삼고, 지혜로 용用을 삼는다.”                         - 『돈오요문』



               망념을 돈제頓除하여 무념을 증득하면, 청정무구淸淨無垢한 반야대지般若

             大智가 낭연독조朗然獨照 하나니, 이것이 선문정전禪門正傳의 근본종취다.
                                 19)
             망념이 일어나지 않아야 무념이니 망념이 있으면 무념이랄 수 없다. 또 망
             념이 여전히 일어난다면 어떻게 청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표현은 달리

             했지만 그 내용은 같은 것이다. 일체망념이 다 떨어져 청정해지면 지혜는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뽀얗게 앉은 먼지를 말끔히 닦아내
             면 거울의 밝고 투명한 빛이 환히 드러나는 것이다.



                                  - 성철스님의 『신심명 증도가 강설』(장경각, 2001)에서 발췌.









             19) 오직 이것만 밝게 비침.


                                                                          21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