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4년 5월호 Vol. 133
P. 25
서 온 산천을 덮고 있던 터
라 가야산은 그야말로 설국
이었습니다. 눈앞에 펼쳐
진 경치는 동양화처럼 아름
다웠지만 눈 내린 비탈길을
걸어서 백련암을 찾아가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고역이
었습니다. 길은 미끄럽고
손발은 시리고, 더구나 초
행길이라 백련암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
사진 1. 맑은 차를 드시며 잠시 여유를 찾는 원행스님.
다.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천신만고 끝에 백련암에 당도하였습니다.
백련암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가서 뒤를 돌아보니,
눈 덮인 가야산은 한 송이 백련白蓮과도 같았습니다. 고인古人이 말하길,
눈 덮인 길에 남긴 발자국은 훗날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기에 갈지자 행보
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소납도 하얀 눈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올라간
이후 다시는 세속으로 돌아가지 않고 부처님 곁에 머무는 삶을 살게 되었
습니다. 혼탁한 세상과 단절하고 연꽃같이 맑은 부처님의 세계로 가는 길
은 그렇게 눈 오는 겨울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출가하여 계를 받으려면 짧게는 8개월 길게는 1년에 걸친 행
자 생활을 거쳐야 했습니다. 비록 집을 나설 때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입산入
山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하산하기 일쑤
였습니다. 그래서 행자 생활은 불법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