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P. 125
을 성취하게 된다. 이 경우 아
예 잠을 자지 않는 경우도 있
고, 또 겉보기에 잠을 자는 경
우도 있다. 다만 어느 경우라
해도 그 정신적 밝음이 유지되
는 상태에 있게 된다.
사실 깨어 있을 때 밝은 알아
차림이 유지되는 것만 해도 쉬
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생각이
잠드는 무상정을 성취해야 하
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상정은
얼음 속에서 잠을 자는 물고기
와 같아서 조건이 바뀌면 다시 사진 4. 입실하여 법을 전수받는 손오공.
생각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
러므로 더 지극한 수행을 통해 미세한 생각의 물결까지 완전히 벗어나는
멸진정을 성취해야 한다. 그때 잠 속에서도 밝은 상태가 지속되는 진여무
심이 성취된다. 그러니까 멸진정(오매일여)은 잠이 사라졌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편으로는 분별이 잠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분별의 진여지혜
가 열리는 일을 야반3경의 시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서유기』에서는 이것
을 반이 열리고 반이 닫힌 문에 비유한다. 손오공이 찾아갔을 때 스승의 문
이 반개반폐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스승이 자고 있다. 스승의 잠
역시 반개반폐다. 왜 그런가? 스승은 분별이 사라지고 무분별지의 차원에
거주하는 존재다. 그래서 야반3경에 반개반폐된 문으로 손오공이 들어갔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