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P. 123
『대반야경』을 읽고 있는데 문득 몸
과 마음과 세계가 사라지고 텅 빈
공중에 신령한 빛이 맑게 비치면
서 무수한 국토가 뚜렷하게 나타
나 마치 공중에 비친 영상과 같았
다. 그 밝은 비춤이 끝이 없었다.
몇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갔고 여
러 날이 지나도 몸과 마음이 경쾌
하고 편안한 희열 속에 있게 되었
다. 며칠 사이에 반야부를 다 보고
바로 『화엄경』을 보는데 황홀하게
도 그것이 모두 스스로 마음 가운
데 직접 체험하는 경계였다. 이후
붓을 들어 노래 같기도 하고 게송 사진 3. 중국 근대의 고승 태허太虛.
같기도 한 글들을 하루 수십 장, 글자로 하면 수천만 자가 넘는 글
을 쓰게 되었다. 선종의 의문들이 모두 풀리고 마음에 걸림이 없어
천태, 화엄, 법상의 교리와 세간의 문자들이 자유롭게 활용되어 해
오가 비범하였다.
입실入室, 야반3경의 만남
왜 야반3경인가? 선문에서는 3경이 중요하다. 5조 홍인스님이 혜능스
님을 불러 법을 전한 것도 3경이었고, 수석 제자였던 신수스님이 게송을
올리자 홍인스님이 그를 불러 점검한 뒤 인가를 유보했던 것도 3경이었다.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