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P. 121
손오공은 입문한 뒤 7년간 잘 익은 복숭아 산[爛桃山]에서 복숭아를 따 먹
었다. 그 사이 조사에게 들은 법문이 푹 익어 오묘한 법음이 저절로 이해
되는 눈뜸[解悟]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 그에게 조사는 점술[術], 학문[流],
좌선[靜], 신체 단련[動]의 길을 차례로 제시하면서 그중 원하는 것을 가르
쳐 주겠다고 한다. 손오공은 그때마다 영원히 사는 길이 아니라면 배우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조사는 “그러면 뭘 바라는 거냐?”고 고함을 치며 계척戒尺으로 손
오공의 머리를 세 번 때리고는 뒷짐을 짚고 안으로 들어가 가운데 문을 닫
아버린다. 대중들은 모두 그를 비난했지만 손오공은 그것이 3경에 뒷문으
로 찾아오면 법을 전수해 주겠다는 암시임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미소 짓
는다. 그날 밤 3경이 되자 손오공은 뒷문으로 찾아가 반이 열리고 반이 닫
힌 문으로 들어가 스승에게 법을 전수받는다.
승당昇堂, 기쁨의 춤을 추는 손오공
손오공은 스승의 설법을 듣다가 그 도리를 깨닫고 기쁨의 춤을 추게 된
다. 그것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차원의 전이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손오공은 법사의 오묘한 법음[妙音]을 알아듣고 기쁜 마음에 자
리에서 일어나 춤을 춘다. 자기 귀를 만지기도 하고, 뺨을 쓰다듬기도 하
고, 눈웃음을 짓기도 하다가, 그것도 부족해서 손발을 움직여 춤까지 추게
된 것이다.
불경을 보면 불법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이 열려 기뻐하며[歡喜] 춤을
춘다[踊躍]는 관용적 표현이 자주 보인다. 당장 수보리로 인해 설해지고 홍
인조사가 선문에 널리 선양한 경전인 『금강경』만 해도 청법 대중들이 “모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