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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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습관을 배울 수 있고 저절로 마
             음이 선해집니다. 음식의 맛만을 쫓지 않고 생명존중을 실천합니다.
               무엇보다 모두가 아주 평등한 공양을 합니다. 위와 아래의 구분이 없고

             천하고 귀함이 없습니다. 부처님의 밥상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존귀

             한 존재입니다. 사찰음식은 한 그릇의 우주이고 그 우주 안에 함께 해 준
             만인의 노고를 읽어냅니다. 지상에서 가장 청빈하고 소박한 식사가 바로
             사찰음식입니다. 그리고 가장 바람직한 식사법이 발우공양이라 이야기하

             고 싶습니다.



                진관사의 식탁



               얼마 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점심공양을 했습니다. 총무스님께서

             진관사에 대해 안내해 주셨고 진관사가 원형 탁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각 탁자는 신분의 높낮이를 감안하지만 원형 테이
             블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식탁 위에 회전 테이블을 놓아 음식이 본인 앞에 올 때 적당히 덜

             어서 식사를 합니다. 절대 음식을 쫓아가거나 내달리지 않습니다. 이는 발
             우공양의 예법과 비슷합니다. 발우공양을 할 때도 음식이 내 앞에 올 때까
             지 기다렸다가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만 덜어서 먹습니다. 불가에

             서 전해지는 식사법은 형식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 또한 아주 중요하기 때

             문에 먹기 위한 행위에만 집착하지 않습니다.
               진관사 공양간은 아주 정갈하고 질서정연합니다. 식탁 위에 차림새 역
             시 아주 단정하고 효율적입니다. 회전 테이블 위의 음식은 제철 재료를 활

             용한 봄의 향연이었고 음식을 그릇으로 옮기는 젓가락은 오른손잡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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