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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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가 시들해지고 탐스러
             운 수국이 눈부십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열매들이 살 오르고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나무에

             달린 열매도 알차게 여물어 가
             고, 땅속에 뿌리도 살이 오르기
             시작하는 6월입니다. 오이밭에               사진 4. 빨갛게 물든 앵두.

             첫물을 따는 시기이고, 빨갛게

             익은 앵두가 아침 햇살에 눈 부신 계절입니다.


                망종과 하지 사이




               6월은 24절기 중에 망종과 하지가 들어 있는 달입니다. 햇보리로 밥을
             지어 고추장 올린 상추쌈을 입이 터지게 먹어 줘야 무더위에 맞설 에너지
             를 보충할 수 있습니다. 격앙가擊壤歌가 절로 나오는 풍요로운 이 계절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먹으며 살아야 할까요? 옛말에“보리는 익

             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바쁜 철이라는 의미입니다. 6월을 사는 동안 결실의 계절인 시월
             못지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언젠가 산골 깊숙이 사는 스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들판에 황금

             보리가 익어가고 뻐꾹새 노랫소리가 구슬퍼질 무렵이면 산나물 채취하러
             오는 사하촌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스님들이
             움직일 차례라고 하셨습니다. 수행자의 입장에서 마을 사람들과 경쟁하듯

             산나물을 채취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는 시기부터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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