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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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일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
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지금을 살 줄 알아야 만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바로 볼 줄 알아야 생기는 힘입니다.
딱! 지금 이 순간
진관사에서의 하루는 길었지만 짧았습니다. 특히 대중생활 속에서 흐트
러짐 없이 질서정연한 스님들의 뒷모습만 보아도 환희심이 넘쳤고, 차담
시간에 마주했던 눈빛은 따스했습니다. 명상의 숲에서 마주한 나의 모습
은 평화로웠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는 도량 한가운데서 모여 사방으
로 잔잔히 퍼져 나갔습니다. 순간! 완연해진 봄을 느끼며 여름으로 향할 채
비를 하던 저의 마음은 여름으로 미리 가 있지도 않았고 가을, 겨울로 나
아가지도 않았습니다. 고즈넉한 진관사의 도량에서 ‘딱!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의 정원 진관사에서 마음 밭을 제대로 일궜고 희망이 가득한 씨앗
을 든든히 심어 놓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일주문을 나서면서 왜 ‘마음의 정
원 진관사’라고 했는지 금새 알아차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음의 정원에
꽃이 밟히고 풀이 무성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언제나 기대어 쉴 수 있는
편한 도반이 곁에 있음을 알아차린 것도 큰 보람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곳곳에 주말농장이 보입니다. 어느덧 쑥쑥 자란
채소들이 눈에 들어오고 상추 대궁이 제법 올라왔습니다. 감자밭을 바라
보니 줄기와 잎이 풍성해져 있습니다. 줄기 끝에 꽃망울이 맺힌 걸 보니 감
자가 여물기 시작했나 봅니다. 함박꽃 향기가 연해지자 장미꽃 향기가 진
해집니다. 이팝나무꽃이 지고 산딸나무꽃이 피어납니다. 금낭화의 분홍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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