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8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P. 188

음은 형체 등은 없고, 이름 붙일 것
                                          도 없다. 만약 신체 속에 축적된 것
                                          을 끄집어내어 마음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살덩어리일 뿐이다.” 따라

                                          서 준비라는 것은 확고하게 정해진
                                          진실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궁정을 지키는 것과 같다고
          사진 3. 난계도륭의 묵적 (법어와 규칙), 건장사 소장.
                                          한다. 낮에는 육근의 외적을 막고,
          밤에는 단단히 자각해 있어야 한다. 장군이나 장수가 명령을 내리면 무기
          를 사용하지 않고도 태평하게 된다. “작은 것이라도 육적六賊이 자신의 경

          계를 침범했다면 바로 적을 체포하여 죽여서 없애라.” 육적은 육경을 말한

          다. 이것이 바로 “주장의 명령을 바로 실행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이러한
          경계를 제시하며 깨침에 이르기까지 여러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수마睡
          魔나 잡념을 대처하는 방법, 음성이나 사물에 의해 움직여질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일반화된 참선의 지침들이지만 당시 일

          본 사회에서는 매우 선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살활자재하는 난계의 풍모로 인해 일본사회, 특히 왕실이나 무사계급의
          지배 세력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다. 하루는 교토의 건인사建仁寺에서 에

          사이의 기일에 상당설법을 하게 되었다. “촉 땅은 구름이 높고, 부상扶桑

          (해가 뜨는 동쪽 바다, 즉 일본)은 물이 상쾌하도다. 전신과 후신은 두 번 던진
          주사위가 같은 숫자라네. 그 옛날에 오늘 죽었으나 없지 않고, 오늘 이 새
          벽에 여기 있으나 있지 않네. 여러분들은 핵심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그

          리고 잠시 후 “향기로운 바람은 시든 꽃에 불더니, 다시금 새롭고 좋은 것



          186
   183   184   185   186   187   188   189   190   191   192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