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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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요약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구절을 모두 해석하여 논술하고
          자 하면 지나치게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본적이 가장 강조하
          는 것은 바로 ‘주재主宰’라고 할 수 있으며, 그렇게 ‘주재’를 확고하게 수립

          하여야 불변역不變易의 경계에 증입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다면 생사에 유

          전하는 ‘변역’에 떨어져 허우적거린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세간의 잡된 일
          뿐만 아니라 부처와 조사, 보리와 열반이 모두 재앙인 ‘변역’으로 보고 있
          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본적은 영가현각永嘉玄覺의 『증도가證道歌』를 인용하

          고 있는데, 이 전후 구절은 다음과 같다.



              마음의 거울[心鏡]이 밝아 비춤에 걸림 없음이다. 삼라만상의 그림
              자 그 가운데 나타나니, 한 덩이 원광圓光은 안과 밖이 없도다. 텅

              빈 공으로 인과因果를 쓸어버렸는데 아득하고 끝없이 재앙災殃과

              화禍를 부르니, 유有를 버리고 공空에 집착하는 병이 또한 그러하
              다. 망심妄心을 버리고 진리眞理를 취함이여! 취하고 버리는 마음이
              교묘한 거짓을 이룬다. 학인學人이 깨닫지 못하고 수행하니 진실로

              도적을 오인하여 아들로 삼으려는 꼴이 되었다.              11)



           이로부터 본적이 어째서 『증도가』의 문구를 인용했는가를 여실하게 엿
          볼 수 있다. 특히 망심妄心을 버리고 진리를 추구하여 수행함이 도적을 자

          식으로 삼는 것 같다는 구절은 본적의 의도와 정확하게 계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의 배후는 바로 『육조단경』에서부터 전개된 남종
          선과 조사선의 사상이라 하겠다.


          11)  [唐]玄覺撰, 『永嘉證道歌』(大正藏48, 396a), “心鏡明, 鑒無礙. 萬象森羅影現中, 一顆圓光非內外. 豁達空,
            撥因果, 莽莽蕩蕩招殃禍, 棄有著空病亦然. 捨妄心, 取眞理! 取捨之心成巧僞. 學人不了用修行, 深成
            認賊將爲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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