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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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의 향상은 다른 것과의 대비 및 관계에서 생겨난다>라고 하는 연기적
          사유가 은연중에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혜와 자비’의 상
          호 관계도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다른 기회에 거론해 보겠다.




            남방 상좌부 불교의 경우


           붓다의 법설에 대한 이해를 이론적 체계로 수립하는 노력과 성과를 아

          비달마阿毘達磨(범어 Abhidharma, 팔리어 Abhidhamma)라고 부른다. ‘abhi’는

          ‘〜에 대한’, ‘뛰어난, 더 높은’이라는 뜻을 지닌 접두사이고, ‘dharma’란 붓다
          의 가르침인 ‘법法’을 지칭한다. 따라서 아비달마란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해
          석’ 혹은 ‘부처님 가르침의 뜻을 드러내는 뛰어난 해석’을 의미한다. 대장경

          을 구성하는 경장·율장·논장 가운데 논장은 이 아비달마의 성과물이다.

           붓다 입멸 후 약 100년이 지나자, 초기의 교단은 교설이나 계율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 보수적인 상좌부上座部와 진보적인 대중부大衆部로 분
          열하고 다시 18개 내지 20개의 부파로 갈라진다. 이 시대의 불교를 아비달

          마불교 혹은 부파불교部派佛敎라고 부른다. 각 부파는 나름의 아비달마를

          수립하였는데, 그 가운데 상좌부에 속하는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유부有部라
          고 약칭)의 아비달마는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붓다의 법설에 대한 유부의 해석은 남방불교 교학의 강력한 토대이며 현

          재까지도 남방의 불교 이해와 수행론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북방 대승교학

          은 유부의 이론에 대한 비판과 극복의 과정에서 수립되었고, 유식학은 유부
          가 펼친 ‘현상 분류법 체계’에 의거하면서도 차별화되는 교학을 수립하고 있
          다. 긍정적 방식이든 부정적 방식이든 간에, 유부의 아비달마는 불교의 남·

          북방 교학 형성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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