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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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각묵스님과 대림스님이 번역한 초기불전 니까야 전집.

               ‘100% 순수한 오직 행복’이라는 말은 행복을 희구하는 염원의 표현일 수

             는 있어도,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한 적도 없다. 행복은 ‘행복 아닌

             것들’과 동거하는 뜨락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인간이 미혹의 주체에서 열
             반의 주체로 변신하는 것도 시간적·관계적 조건에 따른 변화이며, 열반
             으로 나아가는 모든 노력도 시간적·관계적 조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느

             닷없이 열반을 시간 및 모든 관계와 분리시키는 유부의 시선은 인간 경험

             의 발생 연기에 대한 성찰의 미흡함이고 그런 점에서 비非연기적 사유이
             다. ‘변화·관계에서 벗어난 불변·절대의 궁극실재’에 대한 중생 인간의
             보편적 갈망이 불교의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일 뿐이다.

               열반에 대한 유부의 이런 시선은 비록 부파불교 내부에서도 이견들이 제

             시되지만, 남방의 불교 이해와 수행 현장을 전반적·명시적·묵시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현재 한국불교에서 고조되고 있는 초기불교 탐구는 주로
             남방불교의 관점에 의거한다. 남방 상좌부 전통의 니까야 경전에 대한 이

             해와 수행 지침이 초기불교 탐구의 실제 내용이 되고 있다.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로 직접 가서 교학을 배우고 수행법을 익히는 학자와 구도자 학
             인들이 줄을 잇고, 그들이 배우고 익힌 내용이 각종 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소개된다.

               그러나 ‘니까야가 전하는 붓다의 원음’과 ‘남방 상좌부 전통의 니까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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