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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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열반이 무시간적·
                                                 독자적인  것이라면  인간의
                                                 열반 성취는 불가능하다. 열

                                                 반은 ‘경험’이다. 그리고 인

                                                 간의 모든 경험 내용은 ‘관계
                                                 속에서 변하는 조건들의 차
                                                 이 대비’에서 발생한다. 열

                                                 반이 ‘자유롭고 안락한 좋은
          사진 2.  상좌부 스님들. 사진: Nalanda Buddhist Society.
                                                 경험’이라면 그것은 ‘속박되
          고 불쾌한 좋지 않은 경험’과의 대비 관계에서만 발생한다. 고통 경험과의 대
          비 관계를 한 범주 안에 품어야만 행복 경험이 가능한 것이다. ‘행복이 아닌

          것들’을 모두 쫓아내고 삭제하면 행복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아비달마 유부의 열반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열반의 의미에 새롭
          게 접근해 보는 필자의 탐구도 유부의 열반관이 없다면 이루어지지 않는
          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유부의 관점에 대해 ‘비판’과 ‘고마움’을 함께 경험

          한다. 인간의 모든 이해와 사유 및 경험은 긍정적 방식이건 부정적 방식이

          건 ‘차이들과의 대비 및 관계 구조’ 안에서 발생한다. 세계의 성립과 전개
          자체가 본래 그러하다.
           모든 ‘대비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험’은 예외 없이 ‘관계 속에서 변하는 조

          건들’에 연루되어 있다. 열반 경험은 시간적·관계적 조건들과 관련되어

          있고, 시간적·관계적 구조에서 발생하기에 그 내용도 시간적·관계적이
          다. <시간적·관계적 조건과 구조에서의 열반 경험이 왜 최고 가치인가?>
          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도자 학인의 과제다. 다행히 붓다는

          해답의 단서를 충분하고 적절하게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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