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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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구분되어야 한다. 남방불교의 초기불교 이해는 붓다와의 대화에 유
          익하기도 하지만 장애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언제나 유념해야 한다. 붓다
          의 길이 안내하는 열반이라는 목적지를 읽는 상좌부 유부의 시선이 비불

          교적이라는 점은, 남방불교의 니까야 이해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북방 대승불교와 선종 선불교의 경우




           현상 이면에 항존恒存하는 불변 실체를 설정하여 무상·고·무아·열반
          등 붓다의 모든 설법을 설명하는 것이 유부의 관점이고, 이를 비판하면서
          전개된 것이 대승불교이다. 따라서 대승불교 권역에서는 열반이나 궁극적

          깨달음을 ‘불변·무조건·절대의 궁극실재’로 간주하는 시선이 자리 잡지

          않아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중관·유식·화엄이나 선종
          선불교의 언어를 읽는 시선들 가운데는 ‘불변·절대의 궁극실재’로 향하는
          관점들이 노골적으로 혹은 은연중에 활개를 친다.

           공空의 경지나 긍정형 기호들을 구사하는 교학 이론 및 그에 대한 학인

          들의 이해에서 ‘불변·절대의 궁극실재에 대한 유혹’이 빈번하게 목격된
          다. 자성自性, 본성本性, 진여眞如, 진여심眞如心, 심진여心眞如, 진심眞心, 자
          성청정심自性淸淨心,  청정무구식淸淨無垢識,  여래장如來藏,  본각本覺,  구경

          각究竟覺, 일심一心 등과 같은 긍정형 기호들과 선종의 돈오견성頓悟見性을

          ‘불변·절대의 궁극실재’와 연관시키려는 다양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진
          다. 남방 상좌부 불교나 대승불교 권역을 관통하고 있는 ‘불변·절대의 궁
          극실재 현혹’의 속내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대안적 이해는 이어질 글들에

          서 피력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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