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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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만 거느린 채 한겨울의 히말라야
를 넘어서 인도에 도착했다는 것이
었다. 중국으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셈이었다. 8)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현재 제
17대 법통을 이은 외겐 틴레 도르
제(1985~현재)의 처지는 매우 어렵
다. 명색으로는 티베트 불교 서열
3위라고는 하지만 변변한 거처도
없기 때문이다. 그의 본래 자리인
룸텍사원으로도 갈 수도 없고 다람
사진 7. 제10대 까르마빠 자신이 그린 초상화.
살라에서도 겔룩종파에 더부살이
처지이다. 또한 인도 거류권마저도
취소당할 위기에 처해 있어서 시쳇
말로 ‘집도 절도 없는 신세’이기 때
문이다. 9)
8) 그를 키워서 달라이 라마를 견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을 들였는데, 한 어린이에게 멋지
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중국은 그의 망명 저지를 위해 인도에 강
력한 항의를 제기하는 한편, 겔룩파 서열 3위
의 비중 있는 자리로서 1997년 이후 공석 중이
던 레팅사원의 제7대 린뽀체 자리에 2살짜리
쏘남푼꼭이란 아이를 성급하게 추대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국내외의 이목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9) 그는 망명 2년 후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룸텍으로 돌아
사진 8. 졸저, 『티베트문화산책』 표지. 티베트미술
의 계보가 서술되어 있다. 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도미니카국 여권으로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나, 인도로 돌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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