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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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마 가드리 화파畫派
예능을 존중하는 티베트 불교에서는 미술 장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
다. 그 결과로 미술사적으로 독특한 양식을 창안해 내었다.
첫째 각 종파별로 그들만의 전승체계를 종적縱的으로 그리는 양식을 만
10)
들어 내었다. 이런 유파類脈 의 탄생은 스승과 제자를 잇는 사자상승師資
相承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교에 어울리는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여러 종파들이 모두 그러하지만 특히 까르마빠는 더욱 그러하여 걸출한
‘라리빠’, 즉 화승畵僧들이 여러 명 출현하였다. 나아가 역대 법주들까지 어
릴 때부터 미술 수업을 수행의 연장으로 받아야 할 정도로 불화 그리기는
까르마빠에서는 중요한 덕목이었다.
다음으로는 이동이 편한 두루말이 족자형, 즉 탕카(Thangkha)를 실용화
하였다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물론 뒷배경을 돌아보면 이들의 생활이
밀교 전통대로 사원에서 거주하기보다 천막을 치고 유랑하는 생활이었기
에 한 종파의 린뽀체 법주가 머무는 대형천막 주위에는 천막촌이 형성되었
을 것이다. 따라서 수시로 야단법석野壇法席이 열렸을 것이기에 당연히 불상
이나 역대 조사상 같은 불화가 그려진 이동식 벽화인 탕카가 필요하였다.
이런 배경으로 까르마 가드리(Karma Gadri, 喝瑪喝智) 유파類派가 생겨나
고 이어졌을 것이다. 까르마 가드리 화파畫派 혹은 그냥 가드리 화파의 창
시자는 16세기 말엽의 남카따시(Namka Tashi) 린뽀체이다. 그는 어려서 이
미 제8대 법주인 미구도르제(1507〜1554)의 화신으로 인정받을 정도의 총명
함과 화가로서의 재능이 있었다. 그가 입적할 당시 그는 다음 생에는 화승
경우 생길 문제는 오리무중이다.
10) 체우화파, 멘리화파, 켄리화파 그리고 까르마화파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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