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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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을 하였
다고 한다.
이어서 바통을 받은 제10대 초잉
도르제(1604〜1674)는 이 화파가 배
출한 가장 걸출한 예술가로 어려서
사진 9. 현재 사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룸텍사
원 법좌석法座席.
재능과 총명함을 인정받아 출푸사
원에서 후계자로서 그림과 자수 등의 미술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는 후에
넓은 세상(중국, 네팔, 인도, 이슬람)의 미술을 섭렵하며 자신의 심미안을 넓히
고 출푸사원으로 돌아와서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11)
이렇게 가드리 화풍은 면면히 전해 내려와 근래 SNS를 통하여 17대 외겐틴
레 도르제의 작품을 접할 수 있듯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까르마-까규 종파의 상징 검은 모자
역대 전승되어 내려온 법주들만 쓸 수 있는 검은 모자는 까르마빠의 상
징이다. 전해오는 설에 의하며 초대 두슘켄빠가 꿈요가(Milam Yoga) 수행
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을 때 수호여신들인 다키니들이 머리카락을 한 올
씩을 뽑아 왕관을 만들어 린뽀체에게 씌워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이후 까
르마빠에게 ‘흑모파黑帽派’라는 별칭을 안겨준 검은 모자다. 이 모자는 까
르마빠의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고도 하고 천상에서 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천상으로 돌아가 사라질 우려 때문에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11) 전 23폭으로 된 〈에르빠존자〉 탕카는 현존하는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백단향목이나 상아로 조각한 〈나로빠상〉, 〈밀라레빠상〉 같은 목조상은 현재 인도 룸텍사원에
보존되어 있는데 역시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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